혼인성사란 무엇인가 — 두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이 세우시는 결합
✦혼인성사란 무엇인가 — 두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이 세우시는 결합
혼인성사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에게 일생을 바치겠다고 약속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교회는 이를
“사람끼리의 약속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맺어지고, 하느님이 지켜주시는 언약”
이라 부릅니다.
그래서 혼인은 단순한 결혼식 행사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두 사람을 하나의 길 위에 올려놓으시는
성사의 순간입니다.
✦왜 결혼이 성사인가 —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은총의 통로이기 때문
사랑은 기분과 선택으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견디고, 용서하고, 기다려야 하는 순간을 통과합니다.
교회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의 힘만으로는 평생의 사랑을 지킬 수 없기에
하느님이 그 결합에 개입하신다.
혼인성사를 통해 부부의 사랑은
“두 사람의 인간적 선택”에서
“하느님이 함께 이루시는 은총의 길”로 바뀝니다.
✦혼인성사로 주어지는 은총
혼인성사는 단지 결혼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부부가 앞으로 살아갈 길 전체에 필요한 은총을 함께 줍니다.
- 평생의 충실함을 지켜낼 힘
- 갈등 속에서도 다시 시작할 용기와 용서의 은총
- 가정을 신앙 안의 작은 교회로 세우는 힘
- 부부의 사랑을 통해 자녀와 세상으로 흘러가는 생명의 은총
그래서 교회는
“혼인성사는 처음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그 빛이 드러나는 성사”라고 말합니다.
✦혼인성사가 요구하는 조건
혼인성사는 감정만으로 세워지지 않습니다.
그 결합이 성사로서 유효하기 위해서는 다음이 필요합니다.
- 자유로운 동의 — 강요 없이 스스로 선택했는가
- 평생의 결합 의지 — 끝까지 함께할 마음이 있는가
- 자녀에 대한 개방성 — 생명을 환영할 준비가 있는가
- 신앙 안에서의 결합 — 하느님의 방식 안에서 살겠는가
이 네 가지는 “교회가 확인하는 조건”이라기보다,
하느님의 은총이 머무를 수 있는 자리인지 점검하는 기준입니다.
✦혼인성사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교회가 주는 조언
혼인은 사랑만으로 시작할 수 있지만
사랑만으로 유지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사랑이 식지 않도록 “은총의 통로”를 마련해 줍니다.
혼인성사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교회가 반복해서 말하는 핵심은 한 가지입니다.
“둘이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하느님 안에 들어가 결합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혼인을 앞두고 묻습니다.
- 우리는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가 아니라
함께 거룩해지기 위해 결혼하려는가? - 우리는 갈등과 실패 앞에서도
끊지 않고 다시 돌아올 자리를 만들 의지가 있는가? - 우리는 가정을 신앙이 머무는 장소로 세울 준비가 되어 있는가?
혼인성사는 “지금의 감정”을 봉인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을 살아갈 약속을 은총으로 묶는 성사입니다.
✦혼인장애와 혼합혼에 대하여 (교회의 실제 가르침)
● 혼인장애 상태에 놓인 이들
이혼 후 재혼 등으로
교회 법적으로 혼인장애 상태에 있는 이들은
교회에서 배제된 사람은 아니지만
혼인성사와 영성체를 포함한 성사 생활이 제한됩니다.
이것은 “벌”이 아니라,
혼인의 결합이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이루어진 약속이기 때문에
함부로 무효화될 수 없다는 교회의 선언입니다.
● 비신자와의 혼인(혼합혼)을 원하는 경우
신자가 비신자와 혼인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몇 가지 조건을 분명히 약속해야 합니다.
- 혼인 후에도 신앙생활을 계속하겠다
- 태어날 자녀를 천주교 신앙으로 교육하겠다
교회는 “배우자가 신자가 될 것”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자인 사람이
신앙을 잃는 방식으로 결혼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위의 약속을 명확히 서약하도록 합니다.
✦오늘 우리가 이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오늘날 결혼은
“좋으면 함께 있고, 힘들면 떠나도 되는 관계”처럼 여겨지기 쉽습니다.
사랑이 유지되지 않으면 관계도 끝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혼인성사는
두 사람이 “지금 사랑하기 때문에”만이 아니라,
앞으로 사랑이 흔들릴 때에도 돌아올 길을
은총 안에 확보해 두는 행위입니다.
세상은 사랑을 감정으로 이해하고,
교회는 사랑을 약속과 은총으로 이해합니다.
그래서 혼인성사는
행복한 사람만 받는 성사가 아니라,
“내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받는 성사입니다.
즉, 성사는 결혼을 더 무겁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사랑이 무너질 때 그것을 붙드는 틀을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혼인성사는 시대와 조건이 달라져도 결코 낡지 않는 제도가 아니라
오히려 불안정한 시대일수록 더욱 필요한 보호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